
현재 미국, 미얀마, 라이베리아를 제외한 약 190여 개국이 사용하는 길이의 기준인 ‘미터(m)’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아시나요?
미터를 제정하고, 그 기준 원기를 개발·보급·관리하는 기관이 ‘국제 도량형국(BIPM)‘인데, 이곳은 프랑스 파리 근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국제 도량형국은 프랑스 혁명(1789-1799) 당시 혁명 정부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1791년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를 통해 미터가 최초로 정의되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를 떠올리면, 에펠탑, 와인과 치즈, 예술과 패션 등이 먼저 연상되지, 과학 기술이 떠오르는 경우는 드물지요. 하지만 미터의 탄생은 단순한 과학적 발견이 아니라, 불평등에 저항한 대중의 집단지성적 산물이며, 사회적 규약을 통해 정립된 개념이었습니다.
프랑스 혁명 당시, 서민들의 삶은 오랜 전쟁과 경제적 파탄으로 인해 기본적인 생존조차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왕실과 귀족들의 사치는 여전했습니다. 이를 메우기 위한 무리한 세금 징수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졌고, 인구의 98%를 차지하는 서민들의 삶은 점점 더 극한으로 치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수탈의 도구 중 하나가 바로 통일되지 않은 지역별 단위였습니다. 당시 프랑스에는 수백 가지의 서로 다른 도량형 단위가 존재했으며, 이는 권력자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조작되어 서민들을 더욱 착취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계몽사상의 확산과 새로운 지식의 등장 속에서 통일된 도량형의 필요성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미터를 탄생시키고, 이를 지키고, 보급하기 위해 혁명기 과학자들은 단순한 연구자의 신념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개척자의 신념으로 나아갔습니다. 이처럼 기준의 탄생은 혼돈 속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사회적 집단 지성의 결정체였지요. 이를 통해 모두가 공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철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기업을 경영하거나, 공정을 개발하거나, 설비를 설계할 때 난제에 부딪히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 한 번쯤 기준이 탄생한 이유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모든 엔지니어와 종사자들은 공정하게 일하고 있는지? 불공정한 기준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은 없는지? 기준의 불명확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혼돈, 손실, 지연은 없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공정한 기준이 잘못된 판단을 초래하여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기준을 정립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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