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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슈타인(Maßstein) — 시간을 이어주는 기준의 돌

    오스트리아 빈의 중심에는 슈테판 성당이라는 웅장한 고딕 건축물이 있습니다. 도시 한복판에 우뚝 솟아 있는 이 성당은, 수많은 여행자와 예술가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장소이자, 빈 시민들에게는 오래된 자부심 같은 존재라고 하네요.

    이 성당의 건축은 무려 1147년에 시작되어 약 360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단 한 세대의 손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 수많은 장인들의 손과 마음이 더해진 결과였지요. 특히 136미터 높이의 남쪽 탑은 도시의 하늘선을 장식하며, 지금까지도 빈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곳은 모차르트가 결혼식을 올리고, 장례식이 치러졌던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성당에 얽힌 이야기 중, 제 마음을 가장 사로잡았던 건 조금 뜻밖의 장면이었습니다.
    바로 성당 외벽에 부착된 ‘마스슈타인(Maßstein)’이라는 기준석이었어요.

    이 작은 석판에는 두 개의 철제 막대와 하나의 둥근 원형이 새겨져 있습니다. 철제 막대는 당시 사용된 벽돌이나 석재의 표준 치수를, 원형 표식은 장인들에게 배급되던 빵의 크기를 기준 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람이 바뀌어도, 이 기준만은 변하지 않기에 — 누가 이어받아도 같은 방식으로 쌓아 올릴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슈테판 성당이 36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이어질 수 있었던 건, 이렇게 작지만 분명한 기준이 늘 제자리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의 기술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지켜야 할 원칙이 있고, 그에 따라 정확히 측정하는 과정이 쌓여야 비로소 기술은 신뢰를 얻고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고, 그 한계도 극복할 수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나노피디엘 창업 이야기

    2023년 7월, 많은 지인들의 축하 속에서 나노피디엘의 창업식을 조촐하게 진행하였습니다. 작은 회사이지만, 나노 프로세서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공정 진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비전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고자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1년 6개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이제야 나름의 홈페이지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홈페이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길 콘텐츠입니다. 이에 따라, 나노피디엘의 방향성과 가치를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려 합니다.

    나노 공정 진단 연구소의 필요성

    나노피디엘(Nano PDL)은 Nano-scale Process Diagnostics Laboratory의 약자로, 나노 공정을 진단하는 기술만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는 이러한 연구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공정 개발보다 선행되어야 할 공정 진단 기술은 필수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공정보다 먼저 적용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공정 중 발생하는 문제들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고, 해결할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가 경험했던 코로나 팬데믹과 유사합니다.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가 출현했을 때, 미리 백신이 준비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 같이 공정도 개발 중 발생하는 문제를 완벽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유연하고 기민한(Flexible & Agile)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시 준비된 공정 진단 연구 체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예측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험을 통한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이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나노 스케일 공정 진단 연구소가 운영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국가입니다.

    왜 한국이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 전지 등 첨단 제조업이 강한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최첨단 공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공정이 개발될수록 예상치 못한 문제도 증가합니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9,000km 떨어진 해외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한국에는 나노 스케일 공정을 전문적으로 진단하는 연구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엄청난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연구소 설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 기반 Open Lab: 유연하고 협력적인 공정 진단 연구소

    하지만 저는 이 생각을 바꾸고 싶습니다.
    기존의 IMEC과 같은 거대한 중앙 집중형 연구소 모델이 아니라, 유연하고 민첩한(Flexible & Agile) 네트워크 기반 연구소 모델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네트워크 기반 Open Lab 개념은 다음과 같은 이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연구 환경
      • 기업, 연구자, 개발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공정 진단 기술을 공동 개발
    • 유연한 인프라 활용
      • 특정 장소에 집중되지 않고, 분산된 연구소와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자원을 공유
    • 개발 속도 가속화(Accelerated Development)
      • 공동 연구와 데이터 공유를 통해 문제 해결 속도를 높일 수 있음
    • 비용 효율성 향상(Cost Efficiency)
      • 개별 연구소가 아닌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연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음

    이러한 네트워크형 연구소는 기존의 단일 기관 중심 연구소 모델보다 더 개방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즉, 특정 대기업이나 기관에 의해 독점되지 않고, 다양한 연구 주체들이 협력하는 Open Lab 형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나노피디엘의 도전과 목표

    물론 쉽지 않은 일이며,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변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나노피디엘은 이러한 방향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공정 진단 모델과 기술을 제시하며, 나노 공정 산업에서 변화를 이끌어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와 협력을 통해 공정 진단 기술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산업 전반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미터의 탄생

    현재 미국, 미얀마, 라이베리아를 제외한 약 190여 개국이 사용하는 길이의 기준인 ‘미터(m)’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아시나요?

    미터를 제정하고, 그 기준 원기를 개발·보급·관리하는 기관이 국제 도량형국(BIPM)인데, 이곳은 프랑스 파리 근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국제 도량형국은 프랑스 혁명(1789-1799) 당시 혁명 정부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1791년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를 통해 미터가 최초로 정의되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를 떠올리면, 에펠탑, 와인과 치즈, 예술과 패션 등이 먼저 연상되지, 과학 기술이 떠오르는 경우는 드물지요. 하지만 미터의 탄생은 단순한 과학적 발견이 아니라, 불평등에 저항한 대중의 집단지성적 산물이며, 사회적 규약을 통해 정립된 개념이었습니다.

    프랑스 혁명 당시, 서민들의 삶은 오랜 전쟁과 경제적 파탄으로 인해 기본적인 생존조차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왕실과 귀족들의 사치는 여전했습니다. 이를 메우기 위한 무리한 세금 징수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졌고, 인구의 98%를 차지하는 서민들의 삶은 점점 더 극한으로 치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수탈의 도구 중 하나가 바로 통일되지 않은 지역별 단위였습니다. 당시 프랑스에는 수백 가지의 서로 다른 도량형 단위가 존재했으며, 이는 권력자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조작되어 서민들을 더욱 착취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계몽사상의 확산과 새로운 지식의 등장 속에서 통일된 도량형의 필요성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미터를 탄생시키고, 이를 지키고, 보급하기 위해 혁명기 과학자들은 단순한 연구자의 신념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개척자의 신념으로 나아갔습니다. 이처럼 기준의 탄생은 혼돈 속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사회적 집단 지성의 결정체였지요. 이를 통해 모두가 공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철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기업을 경영하거나, 공정을 개발하거나, 설비를 설계할 때 난제에 부딪히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 한 번쯤 기준이 탄생한 이유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모든 엔지니어와 종사자들은 공정하게 일하고 있는지? 불공정한 기준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은 없는지? 기준의 불명확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혼돈, 손실, 지연은 없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공정한 기준이 잘못된 판단을 초래하여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기준을 정립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